보스턴 | US Corean 김태훈 기자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나이키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분기 실적은 외형상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핵심 시장과 카테고리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며 구조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이키는 이번 분기 전체 매출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7% 감소하며 7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시장 지위 약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중국 시장에서는 토종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안타 스포츠 등 현지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강화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이미지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던 나이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약화되는 추세다.
시장 반응도 냉정했다. 실적 발표 이후 나이키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5% 급락하며 44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시가총액 역시 약 66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투자자들이 단기 실적보다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핵심 사업 영역에서도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나이키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러닝 시장에서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러닝화 시장을 주도했던 나이키는 최근 혁신 속도가 둔화된 반면, 경쟁사들은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아디다스를 비롯한 기존 경쟁사뿐 아니라 신생 브랜드들까지 기능성과 디자인을 앞세워 러닝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반면 나이키는 기대를 모았던 신제품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전략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나이키는 지난해 대표 슬로건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과거 혁신과 도전을 상징하던 메시지가 현재 시장에서는 새로움 없는 반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에 요구되는 기준이 ‘메시지’에서 ‘경험과 문화적 연결’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이키의 마케팅은 시대 변화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나이키의 가장 큰 문제로 ‘전환 속도’를 꼽는다. 글로벌 리테일 네트워크와 공급망을 가진 대기업 특성상 전략 전환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 방향 자체의 오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부진, 러닝 카테고리 경쟁력 약화, 브랜드 메시지의 노후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이키의 회복 여부가 결국 러닝 시장에서의 재도약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러닝은 단순한 제품군이 아니라 나이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지 못할 경우, 점진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과 함께 장기 성장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나이키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와 글로벌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은 급격한 붕괴가 아닌, 점진적으로 시장을 내주는 형태의 하락이라는 점에서 더 큰 위기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나이키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신제품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 시장 전략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변화”라며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1위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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